2010년 11월 4일 목요일

달의 뒷면

마지막 장맛비의 소음과 냉장고 소리,
유유히 흐르는 핑크플로이드에 뒤척이던 지난 불면의 시간
먼 지방같은,
이 먼지 가득한 방안
밭은기침 토하는 거울,
입 속에 매달린 검은 잎에 부끄러워

취한 새벽 인라인 달려,
망설이며 휴대전화 통화키 눌러댄,
이제는 익숙한 그 번호

쓴웃음 한번 짓고, 이런,
미친게야, 당최 어찌된 일이지,
다시 한번 쓴웃음에, 쓰린 속 움켜잡다가

기어이,
범람하는 홍제천을
위태롭게 지나는 출근길 버스안에서,
아랫입술 또한번 모질게 깨물고

제발요, 기사아저씨,
너무 어지러운걸요,
하얀이 드러내며 벽에 기댄 그 그림도

비가 그쳐,
이 장마권 벗어난 공평동 머리위로 무더위가 지나면,
지치고 닳아빠진 어깨 늘어뜨리고,
그렇게 걷다가,
마치 시간여행을 한듯, 그래,
사랑이란 굳은살,
가슴속에 맺혔던 굳은살 같은 것,
모두 도려내 버릴, 차라리 아나고 한 접시만도 못한.


------------- 핑플의 the dark side of the moon 을 듣다 기형도를 추억하며. (2003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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